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메인 스토리/1부 8장 : 무리의 머리

1부 8장 : 무리의 머리 ─ 토크

by 카제제 2023. 1. 28.

봉인을 해방하라

 

코쿠요: 뭐냐, 케이, 얘기라는 건.
모쿠렌: 코쿠요, 늦어.
코쿠요: …… 읏!
코쿠요: 이 자식, 왜 그 의상을 입고 자빠졌어!
케이: 내가 준비했다. 네놈들이 간직하고 있던 걸 말이지.
케이: 다음 공연은, 팀W의 『설화』다.
코쿠요: 거절한다. 『설화』는 안 해.
모쿠렌: 어째서지? 그건 댄스가 재미있는 쇼야.
코쿠요: 재미있다는 얘기가 아니야. 배역도……
케이: 코쿠요. 이번 『설화』의 센터는, 네가 맡아라.
코쿠요: 안 한다고 했잖아.
모쿠렌: 자신이 없는 건가? 그렇다면, 안심해. 내가 센터를 해주지.
케이: 과연, 그것도 하나의 선택지인가.
케이: 모쿠렌이 센터를 연기한다면,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군.
모쿠렌: 그걸로 되잖아, 코쿠요. 이 이상 궁시렁거리지 마.
코쿠요: 시끄러워, 안 해. 멋대로 굴지 마, 모쿠렌.
모쿠렌: 그러면 너는 스테이지에 서지 마. 그것뿐인 일이야.
모쿠렌: 나의 스테이지를 방해한다면, 용서하지 않아.
코쿠요: 모쿠렌, 이 새끼.

신: ──격정은 늑대의 포효다. 적대자의 어둠은 깊고, 어둡다.
코쿠요: 신.
케이: …… 네가 중재로 들어오는 건가.
신: 오직 스타레스를 흔들기 위해서 힘이라는 이름의 납을 부을 텐가?
신: 너의 요구는, 실로 심플하군, 케이.
케이: 그것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가장 짧은 길이기 때문이지.
신: 최단 거리를 더듬어 찾기 위해서라면 길이 없는 땅에 길을 만들 텐가…… 훗.
신: 그 남자의 그림자를 짓밟을 때일지도 모르겠군.
신: …… 코쿠요, 모쿠렌, 나는 찬성이다. 때가 되었다고 말해도 된다.
코쿠요: 무슨 소리야, 신. 당신, 설마.
신: 표식은 머지않아 사라지는 법이다. 눈이 짓밟혀 사라지는 것처럼.
신: 봉인을 풀어──『설화』의 막을 열면 된다.
케이: 센터는?
코쿠요: 나다.
모쿠렌: 아니, 나다. 너는 할 생각이 없잖아.
코쿠요: 팀W의 탑은 나다. 너한테는 안 넘겨.
신: …… 흠. 어쩔 거지, 케이.
케이: 저 녀석의 말대로, 이번 탑은 코쿠요다.
모쿠렌: …………
케이: 하나──

케이: 마지막까지 얘기를 듣지 않을 줄은…… 성질이 급한 자는 다루기 어렵군.
신: 분노의 칼날은 무디다고 할 수는 없지.
케이: 그 칼날의 끝이, 올바른 자로 인해 휘둘러진다면 내게 불만은 없다.
케이: ──그러면 실례하지.

코쿠요: …… 내가, 센터인가.
신: 개재하는 악몽을 토멸하고 싶다면, 너 또한, 악몽이 될 수밖에 없다.
코쿠요: 나는 당신이 뭐라는 건지 몰라.
코쿠요: 뭐, 이번에는 대충 습격해주지. 전에는 내가 당신의 부하였지만 말이야.
신: 살해당하는 건 익숙하다.
신: …… 너의 오이시는, 무엇을 짊어지지?
코쿠요: 나의 오이시는 네코메와 달라.
코쿠요: …… 코하루 누님은, 내 오이시를 『가부키모노(傾奇者)』라고 했었지.
신: 낭인의 광란은, 기울어지는 것 외에 갈 곳을 갖지 못하는 법이다.
코쿠요: 그러니까, 당신이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.

 


 

정의를 대지 마라

 

타카미: 의외라고 생각했단 말이지, 나는. 『추신구라』라니.
타카미: 최근에는, 연말에 티비에서도 방영 안 하지 않을까.
케이: 최근에는 젊은 세대가 『추신구라』를 모른다고 들었다.
케이: 중대한 사태다.
타카미: 젊은 세대라니…… 케이도 나보다 젊잖아.
타카미: 일본의 고전이 잊혀지는 게 섭섭한 건 확실하지만.
타카미: 어째서 새해부터 『추신구라』인 거야?
코쿠요: 『설화』의 무대가 겨울이야, 새해가 밝아도 딱히 괜찮잖아.
타카미: 그야, 12월 쪽이, 그럴듯하잖아.
코쿠요: 「그럴듯하다」? 뭐가.
타카미: 『추신구라』의 클라이맥스 때 습격은, 12월의 얘기잖아.
코쿠요: 무슨 소리야?
케이: 타카미, 아마 이 녀석은 알지 못하겠지.
케이: 코쿠요, 『설화』의 원전은, 초연이 에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『가나데혼추신구라』다.
케이: 『추신구라』 자체는 겐로쿠 시대에 실제로 일어난 『아코 사건』을 주제로 삼고 있지.
케이: 아코번의 전 번사들이, 주군의 원수를 습격해 낸 것이 음력 12월 14일이다.
타카미: 과연, 음력이라. 양력을 쓰는 현대라면, 습격은 1월이 돼.
타카미: 그래서 새해 공연으로 한 건가. 신경 썼네, 케이.
케이: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, 라고도 할 수 있지만. 그렇게 받아들여도 상관없다.
코쿠요: 흐─응.
타카미: 흥미 없어 보이네, 코쿠요. 로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, 『추신구라』.
코쿠요: 로망이라.
코쿠요: 결국, 탑이 살해당하고 체면도 박살났으니까 복수한다는 이야기잖아.
타카미: 드라이하고, 조잡하네.
케이: 정말 그렇군.
케이: 하나, 낭인을 정의로 만들고, 단순한 권선징악으로 만들지 않은 점은 평가할 수 있지.
타카미: 헤에, 케이도 드라이한 해석인가. 너희들, 의외로 뜻이 맞네.
코쿠요: 헤, 이 녀석이랑 뜻이 맞는다던가, 절대로 사양이야.
코쿠요: 모쿠렌과 나를 감쪽같이 더블 캐스트로 만들기는.
케이: 그 정도는 소화해보도록, 관객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말이야.
케이: 너는, 오이시도 호리베도 거칠게 날뛰는 광견으로 만들지.  모쿠렌은 칼집에서 빼낸 흉인(凶刃)이지만.
코쿠요: 나랑 모쿠렌의 연기가 똑같아질 리가 없잖냐.
타카미: 그렇기 때문에, 손님들은 즐기고 있어. 그렇지, 케이.
케이: 그런 것이다.

 


 

과거를 칠해 버려라

 

케이: 여기서 뭘 하고 있지? 너는 흡연을 안 하지 않았던가.
모쿠렌: 레슨장을 타카미가 쓰고 있어서 비는 걸 기다리고 있어.
케이: 과연.
모쿠렌: 케이, 너, 시간이 있으면 어울려. 조금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어.
케이: 상관없다만. 시험해보고 싶은 건 어느 역할이지, 오이시인가, 호리베인가.
모쿠렌: 호리베다.
케이: 시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, 자신이 센터를 맡고 있는 때만 해두면 되는 법이다.
모쿠렌: 코쿠요는 머리가 딱딱해. 『설화』를 봉인했을 때도 그래.
모쿠렌: 『설화』는 댄스가 재밌어. 하지 않는 쪽이 잘못됐어.
케이: 확실히, 난투를 이미지하고 있는 댄스는 흥미롭다.
케이: 하나, 어째서 코쿠요는 『설화』를 봉인했지?

카스미: 네코메가 센터인 쇼였기 때문임다.
케이: …………
카스미: 앗, 죄송함다, 얘기에 끼어들어서. 이야~, 엑스트라는 기척이 옅어서 안 되겠네여.
케이: 아니, 상관없다.
케이: 그래서, 『설화』의 센터 얘기다만. 코쿠요가 아니었나──네코메라는 건?
카스미: 네코메는, 오너가 바뀌었을 때 없어진 캐스트임다.
카스미: 스타레스의 가장 초기 멤버임다, 코쿠요와 둘이서 시작한 것 같슴다.
카스미: 『설화』는 아슬아슬할 때까지 네코메와 코쿠요 중 누가 센터를 할지 정하지 못해서.
모쿠렌: 아아, 다퉜었지, 상당히.
모쿠렌: 결국 그후, 네코메가 P 설립 때문에 이동해서, 그때도 한바탕 말썽이 있었지.
카스미: 있었네여. 누구도 네코메가 이동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.
모쿠렌: 어느 팀이든, 춤출 수 있으면 똑같지만.
카스미: 모쿠렌답슴다.
케이: 그래서, 네코메가 팀P로 이동했기 때문에 『설화』도 봉인했다는 건가.
카스미: 아녀, 『설화』를 할 때는, P에서 네코메를 빌려왔슴다.
카스미: 봉인하게 된 건, 네코메가 없어지고 나서임다.
케이: 흠…… 배역을 고집하다는 건가? 그렇게 섬세한 배려심이 있는 남자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만.
모쿠렌: 그렇지. 배역 따위 바꾸면 충분해.
카스미: 그러고 보니, 타카미가 하고 있는 시미즈 역할, 전에는 코쿠요가 했었슴다~.
카스미: …… 아아, 그래서일까여, 타카미가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거.
케이: 이전부터 있던 스타레스의 관객은, 당연히, 타카미와 코쿠요를 비교하겠지.
카스미: 모쿠렌과 코쿠요도 이번 더블 캐스팅으로 비교되니까여, 이야─ 기대됨다~.
케이: 마치 남일처럼 말하는군. 네놈 팀의 일이지 않나.
카스미: 자신, 언더니까여.
모쿠렌: 그리고, 대단한 일도 아니야. 요점은, 퍼포먼스를 칠해 버리면 돼.
모쿠렌: 타카미는 나의 댄스를──나는, 코쿠요의 센터를 칠해 버린다.
카스미: 무셧!
케이: 정진하도록. 쇼의 정밀도가 높아지면, 나는 상관없다.

 


 

리얼을 만들어내라

 

신: ──봉인은 풀리고, 새로운 『설화』의 막이 열린다, 인가.

아키라: 어라? 신 뿐이야? 너무 빨랐나.
신: …… 그런 것 같군. 네가 시간보다 빨리 오다니 창이 쏟아질 것인가.
아키라: 왜 창이여? 상관없지만. 좀 힘이 넘쳤네.
아키라: 올해는 『설화』 안 할지도~ 라고 생각했으니까 즐거워졌단 말이지.
아키라: 겨울의 정석이잖아, 『설화』. 난 이거 좋아해~, 노래가 멋지니까.
신: 멸망을 맞이할 준비는 되어 있나. 아니면, 멸망에 반기를 들 것인가.
아키라: 아─, 그런 까다로운 거 그만해달라고 말했는데요~.
아키라: 까다로운 건 『설화』만으로 충분하다니까.
신: …… 『설화』는 어려운가. 고대하고 있던 게 아닌가?
아키라: 어렵다고 할까, 흥─미 없어. 『설화』는 노래가 멋지니까 좋아할 뿐.
아키라: 설욕이라는 건, 정리하자면 복수잖아.
아키라: 체면을 위해서 죽이러 간 거지. 아코번, 너무 야만적이야.
아키라: 당신도 체면을 위해서 살해당한다던가, 키라 역, 힘들겠네.
신: 무사 사이의 체면에는, 기본적인 규범이 없었다.
신: 원수를 토벌하지 않으면 체면을 지킬 수 없다고 느낀 일파가 키라를 토벌했다는 것뿐이다.
신: 실제로 설욕을 하지 않더라도 체면은 지켜진다, 라고 생각한 일파도 있었다.
신: 키라는 종래, 악덕 무사라고 말해지는 일이 많았지만, 현재에는 재검토되고 있다.
신: 그렇게 된 지금, 『추신구라』의 이야기에 대한 리얼리티는 없어졌을지도 모르지.
아키라: 우왓, 엄청 말하고 있네, 영문 모르겠지만.
아키라: 애초에 스테이지에 리얼리티라던가 아무래도 좋지 않아? 어차피 쇼니까.
신: 네가 노래하면, 그곳에 설득력이 태어난다.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나.
아키라: 뭐야, 나 칭찬하는 거야? 별일이다~! 내 노래가 리얼리티인가, 아하하하.
신: 개재되는 악몽을 토멸하고 싶다면, 너 또한, 악몽이 되는 수밖에 없다.
아키라: 진짜, 영문 모르겠다, 당신. 칭찬하고 싶은겨, 욕하고 싶은겨, 어느 쪽이야.
신: 나는 너에게 기대하고 있다.
아키라: 무셔.

 


 

눈꽃을 붙잡아라

 

케이: 준비는 되었나. 코쿠요와 모쿠렌은?
카스미: 벌써 스탠바이하고 있슴다. 기합 충분하다는 느낌이네여.
아키라: 숨 막힐 것처럼 뜨거워서 싫단 말이지. 겨울의 따분한 연기인데도.
카스미: 네코메의 오이시랑, 역시 다르네여.
아키라: 그땐, 평소랑 전혀 달랐지, 쿨한 캐릭터나 만들고.
케이: …… 역시, 『설화』는 변질되었나. 어쩔 수 없군.
케이: 그 두 사람은 어느 쪽이 센터여도 열혈계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.
카스미: 아~ 케이는, 전의 『설화』 쪽을 이미지했던 건가여. 죄송하네여.
아키라: 어, 뭐야, 케이, 이미지 안 맞는다는 걸 알면서, 일부러 『설화』 지정한 거야?
카스미: 계절감이 있으니까여, 겨울에 해둬야 해~ 라는 건 이해함다.
카스미: 그것보다도, 케이가 『설화』를 알고 있던 건 자신, 조금 의외였을지도.
카스미: 연말에 공연하던 거니까여, 그렇게 상연하지 않던 레어한 검다.
카스미: 이야~, 뭐든지 알고 계신다는 느낌이라, 역시 굉장하네여.
케이: 어째서 내가 이전의 『설화』를 알고 있고, 구태여 봉인을 풀었는지 알고 싶다, 라는 얼굴인가.
카스미: 그런 식으로 보였나여? 이야~ 호기심도 지나치면 위험하네여~.
케이: 반대로 묻지. 코쿠요는 어째서 『설화』를 봉인한 거지?
카스미: 그건, 네코메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여.
아키라: 아냐 아냐, 『설화』를 안 하겠다고 정한 건 코쿠요가 아냐.
카스미: 엇, 아님까? 그럼 누가……
아키라: 네코메랑 신이야. 두 사람이 상담해서, 코쿠요한테 부탁했어.
아키라: 나는 그때, 우연히 거기에 있었으니까. 휴식 스페이스에.
케이: 언제 얘기지?
아키라: 으음…… 전 『설화』 공연 후니까…… 아아.
아키라: 네코메가 모습을 감추기 직전. 왜 지금 『설화』 얘기를 했는지 생각했던 것 같아.
카스미: 작년 봄 전쯤의 얘기네여.
케이: 그 네코메와 신인가──그렇군.
케이: 그래서 성실하게 코쿠요는 약속을 지키고자 했고, 신의 말을 듣고 할 마음이 된 건가.
케이: …… 과연 그렇군.
카스미: 케이는, 이유를 알겠나여?
케이: 글쎄, 어떠려나.

케이: 본 무대다, 가도록 해라. 꼴사나운 스테이지를 보이지 마라.
아키라: 네 네, 정말 케이는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──
아키라: 스테이지의 귀신이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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